2천원과 양심

단상(斷想) 2016. 12. 8. 18:08

얼마전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이 백화점 안에 있는 곳이라서 차를 가지고 갔었는데 영화를 보고 주차확인을 받으려고 하니 2시간만 주차시간이 할인된다고 했다.

영화는 2시간 10분짜리였다.

 

정말 영화만 보러 갔던 탓에 아무것도 안하고 영화만 보고 나왔다.

 

영화관에 머물렀던 시간은 영화 전후 시간 포함해서 약 2시간30분정도였고, 설마 영화만 보고 나왔다고 주차요금을 더 내라고 할까? 라는 생각으로 나오려는데, 주차요금소에 표시된 금액은 2천원.

 

주차요금 받으시는 분이 영화 말고 백화점 이용한 내용이 없냐고 해서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보시면서 팝콘이나 음료 사먹지 않았냐고 약간 유도하듯이 물어본다.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2천원 내셔야 한다고 얘기해서 조금 억울한듯 2천원을 내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생각이 드는것이 주차요금 받으시는 분은 사실 증빙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영수증만 눈으로 보고 보내주는 사람인데, 내가 만약에 팝콘이나 음료 사먹었냐는 질문에 "네, 먹었어요." 라고 말하고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영수증 버려서 없는데요." 라고 말하면 알았다고 다음부터는 영수증 챙겨오시라고 하고 보내줄 상황이었던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주차요금을 안낼 수 있도록 나름 유도하듯이 얘기를 한것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정직하게 대답을 했던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2천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왠지 내지 않아도 될걸 냈다는 생각에 아깝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거짓말 때문에 큰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욕을 하지만 정작 2천원이라는 돈에 흔들리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진다.

만약 주차요금 2천원이 아니라 2만원, 20만원, 200만원, 2000만원이 걸려 있는 일에 작은 거짓말 한마디면 내가 이익을 볼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남 욕할게 아니라 내 자신의 이런 생각을 회개하고,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내 자신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하연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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